by jslky » 2005-01-02 Sun 20:24pm
- 커버와 부클릿
밴드 멤버 중에서 미술학도들이 있기 때문일까.
뭔가 감성적이면서도 쫌 어두컴컴하고 잔인하면서도. ..
이들의 앨범 커버와 부클릿은 이들의 음악을 아주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거 같다.
뽀대도 꽤 나고.
안에 들은 기름종이로 인쇄된 가사도 썩 마음에 든다.
- Vassline 3rd
발매 전부터 이 앨범의 반응은 뜨거웠다.
샘플곡이 공개됐을때 필자 또한,
한국에 이러한 뉴스쿨 하드코어 앨범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광분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나서,
기쁨보다 아쉬움이 앞선다는 조금은 슬픈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 Vassline?
바슬린은 삼청교육대 등과 함께 대한민국 하드코어의 터줏대감이었고,
지금도 이러한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이들은 엄청나게 발전한 두번째 정규앨범 'The Portrait Of Your Funeral'로 자신들의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이 앨범으로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 더 괜찮은 반응을 얻어냈다.
- 2nd와 3rd의 차이점.
이들의 새로운 앨범과 전 앨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일단 녹음방식에 있다.
이들의 전 앨범인 두번째 앨범은,
보통 스튜디오 앨범과는 다르게 각 파트를 라이브 하듯이 한꺼번에 녹음했었다.
나름대로 개성도 있었고 의도가 나쁘지 않았음은 인정하겠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녹음된 스튜디오 앨범과는 사운드의 차이가 상당했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정석대로 녹음을 하였고, 놀라운 퀄러티로 앨범이 녹음되었다.
- 음악
바슬린의 음악은 두 가지 코드로 이야기할수 있다.
바로 메탈릭과 이모셔널.
이번 앨범에서는 전작보다 더욱 메탈릭해진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데,
'An Ode To My Friend' 같은 몇몇 트랙에서는,
이모셔널함이 아예 실종된 완전한 메탈코어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트랙 군데군데에서 등장하는 하드코어식 떼창들은,
이들의 뿌리가 무엇인지 이해할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이러한 메탈릭한 트랙들은 청자의 고개를 저절로 까닥이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모든 스트레스를 때려부숴버리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코드인 이모셔널.
'Saddest End Of One Fine Morning' 같은 트랙은 옆 동네의 Envy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청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리고 위의 두 코드를 모두 보여주는 트랙 중 하나인,
'Flowers In The Sand' 같은 트랙 또한 빼놓을수 없는 트랙들이다.
이모셔널과 메탈릭.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이 두 가지 코드를 섞어놓고도,
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이 앨범을 듣고도,
필자는 왜 기쁨보다 아쉬움이 앞선던 것일까.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이 앨범은 전 앨범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녹음이 잘 되어서 많이 발전한거 같이 보이지만,
사실 송라이팅으로 보나 밴드의 각 파트별로 보면 별 발전이 없다.
나름대로 고군분투한 기타 파트만 빼고 말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수 있었는데 바슬린 자신들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덕분에 이 앨범을 들은 필자는 뭔가 2% 부족하다는걸 깨달았다.
지금 이 앨범 자체만 놓고도 해외에 내놓아도 꿇리지는 않지만,
당당히 어깨를 펼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이 앨범의 백미인 'Last Cadence' 같은 트랙을 보면,
아직 바슬린에게 더 큰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필히 노력해서 더욱 발전하라, 한국의 대표 하드코어 밴드 바슬린!
- 끝으로
이번에도 슬프다.
썩 뛰어난 앨범을 우리나라가 밴드가 만들었음에도, 여전히 찬밥이라는 현실이.
국내 밴드들이 해외에서 더 괜찮은 반응을 얻어낼때에,
필자는 기쁨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씁쓸함에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이겨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