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slky » 2004-08-02 Mon 20:28pm
7월 31일.
코코뱃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마쓰라오, 껌엑스, 코코뱃.
잘하는 밴드가 셋이나 나오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랴.
전날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밤을 지샜다.
7시 30분이 되기만을 기도했다.
3시쯤 같이 가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받는다. 잔다.
어제 또 술 쳐먹고 늦게 들어온게 분명하다.
5시쯤에 전화벨이 울렸다.
지금 일어났댄다. -_-;;;
" 이 개같은 ㄱ도ㅔㅑㅗㅔㅑㄷ목헤ㅑㅗ게ㅑㅎ !!! "
라고 욕을 쏟아내고 우리 집으로 빨리 오라고 전화를 끊었다.
노래는 한번쯤 들어보고 가야 할게 아닌가.
나야 뭐 진작부터 앨범도 사듣고 했던지라 그런거 필요없었지만.
친구를 위해서. .. (착하다. -,.-)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책을 보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6시 10분이 됐는데도 안 온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안 받는다. 죽이고 싶다. ..
곧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 야, 나 지하철 지금 탔어. "
이런 개같은 ㅗ댁메ㅛㅗㄷ내ㅑ게ㅛㅑㅅㄱ뎌퍄ㅛㄱㄴ뎃풔ㅔ!!!
" 괜찮아, 20분이면 가. "
이런 배고픈 새끼를 봤나. 얘는 4호선이고 우리집은 5호선 맨 끝이다.
4호선과 5호선이 겹치는 곳은 동대문 운동장 뿐이다.
그런데 동대문 운동장까지 우리집에서 지하철로만 약 40분이 걸린다.
그러니까 저 자식 집에서 오면 이거보다 더 걸린다는 소리다. -_-
기다렸다.
6시 30분이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받네. 받아도 밉다. ..
아차산에서 내려서 기다리라고 했다.
내가 지금 그 쪽으로 간다고.
그렇게 만나서 발로 한대 걷어차주고 홍대입구 까지 갔다.
7시 30분이다. 공연 시작 예정 시간이다. -_-;;;
급하다 생각하고 지도를 펼쳤다.
존나 개구라 지도.!
여러분에게 한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이 지도를 믿지 말라. ..
진짜 쌈지 지도 그린 인간 누구냐.
이걸 지도라고 그린 거여.? -_-
차라리 그냥 물어서 오라 그래라.
이런 쌩구라같은 지도를 만들어놓고 찾아오라고 하다니.
정말 사람을 우롱한다.
대충 찝어서 가면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물어 찾아갔다.
꽤 멀다. -_-
지도에는 존나 가까운것같이 되어있지.?
거리부터가 말이 안 된다.
이런 개ㄱ데ㅗ매ㅑㅛㅗ멕도세ㅑ목헴ㄷㄱ헤ㅑㅗ뎀ㄱㅎㄷㄹㄷㅈ. ..
무슨 보물지도냐.? 해독하면서 찾아가야 돼.? 표창.?!
여튼 이렇게 개고생 하면서 찾아갔더니 공연장 도착하니까 8시였다.
쌈지에 발을 들인 순간, 뭔가 갑자기 서글픔이 느껴졌다.
스컹크헬보다 훨씬 좋다. .. 표창, 스컹크 불쌍해. ..
대충 앉아서 사람들 숫자 보니까 어림잡아 200은 되어보였다.
오, 꽤 많다.
저번에 스컹크 갔을 때는 20명 있었다. 10배다.
...
표창, 스컹크 불쌍해. T-T
그렇게 앉아서 공연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뭔가 사람들이 나와서 이것저것 만지더니, 마쓰라오가 나왔다.
음, 제이콥님이 주신 뮤직비디오를 봤을때,
이 밴드 보컬(기타도 같이 함.),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욕을 할수가 없었다.
왜냐.
노래를 잘하는것도 아니고, 목소리도 내 취향이 아니지만.
마쓰라오 보컬은 노래를 정말 열심히 부른다.
그래서 목소리에 진심이 가득 담겨있다.
그의 노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이브 중간중간에도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고,
분수같은 침을 중간중간 뿜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것을 느꼈다.
마쓰라오 보컬이 노래가 끝나고 멘트를 한다.
영어로.
" 코리아 제팬. "
한국 일본
" 베스트 프렌드. "
친한 친구
" 껌엑스 콩츄레이션. "
껌엑스 축하합니다 (껌엑스 2집 앨범발매 공연입니다.)
" 어, 어, 썡큐. "
감사합니다
아, 해석하기 힘들었다. ..
외국 밴드들은 멘트를 모두 저런 식으로 해야 된다. 하하하.
몇곡 더하고 이번엔 베이스 치는 친구가 한국말로 멘트를 한다.
오, 한국말 꽤 잘 하더라. 좀 놀랬다.
이에 고무받은 마쓰라오 기타/보컬 자기도 한국말로 뭔가를 말한다.
" ㅈ도섿좨ㅔㅗ대ㅔㅅ.!! "
?
뭐래.?
쟤 뭐라는거야.?
베이스 치는 친구가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 쟤 한국말 못 해요. "
그래, 안 하는게 나을꺼 같다. ..
그렇게 열심히인 공연이 끝나고, 마쓰라오는 땡큐를 연발하며 퇴장했다.
몇명이 앵콜을 외친다. 아직 두 밴드 남았어, 뭔 앵콜이야. ..
잠시 뒤, 드림온 직원인 분인듯한 분이 씨디인듯한 것을 들고 나온다.
그래, 저게 샘플씨디구나.!
제이콥님은 어제 저걸 열심히 굽고 계셨었지. ..
라고 생각하며 한장 줍기 위해 앞으로 가서 손을 뻗었다.
한국 사람들. 공짜에 미쳤다.
그렇다. 마쓰라오는 일본 가서 그렇게 말할 것이다.
어떤 여자애가 씨디를 손에 잡았는데 어떤 사람이 낚아채 가더라. ..
여자애 뒤에서 욕한다. ..
진짜 잡았는데 낚아채가는건 뭐냐. ..
난 샘플 씨디 못 받았다. T-T
친구가 담배 피러 밖으로 나가자고 그런다.
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들어왔다.
들어가고 잠시 뒤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또 뭔가를 준비한다.
어, 기타 소리가 무겁다.? 코코뱃이 먼저 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껌엑스였다.
껌엑스는 라이브를 정말로 잘하더라.
일본에서 통하는 이유는 라이브를 보면 알수 있었다.
마쓰라오보다 잘하더군. ..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지도.?)
껌엑스가 나오자 앞에서 여자애들도 흔들고 논다.
앞에서 노는 분들 좀 걱정이 되더라.
코코뱃 때는 어떻게 하려고 저렇게 힘을 다 빼놓나.
(마쓰라오 때도 그렇게 놀았다. ..)
껌엑스 라이브를 한번도 못 보신 분들은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2집 앨범의 사운드가 잘 뽑히긴 했지만,
이들의 라이브 보다는 못하더라. (당연한가.?)
껌엑스 보컬은 노래 부르는 중간 중간 재미있는 표정을 보여줬는데,
이게 김선중이 말한 NOFX 컨셉.?
껌엑스도 멘트를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 어, 다 씨디 사셨으니까 여기 티셔츠 받은 분 많으시겠네요.? "
대답이 없다.
조용하다.
나 사실 아직 2집 안 샀다.
저번에 사러 갔을때 친구 돈 모자르다 그래서 걔 껌엑스 2집 사주고,
난 카우치 싱글 샀었다. ..
" 어. .. 씨디 사셨으면 티셔츠 받은 분 계실텐데. "
조용하다.
" 다들 코코뱃 보러 오신 거죠.? T-T "
갑자기 티셔츠와 공연 티켓이 둘 다 당첨된 불티나가 생각났다.
불티나는 가지 않았다. --;;
불티나는 이 때 노래방에서 껌엑스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내 장담하건데, 그 날 안 간거 평생 후회할꺼다. --
껌엑스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팬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난 TV로 빠순이들하고 가수들이 사랑해요 이 지랄하면 역겨움을 느꼈는데,
그리 나쁘지많은 않더라.
껌엑스 기타/보컬 은 씨익 웃어보이곤 계속 공연을 진행했다.
아, 다시 보게 된건 기타/보컬 이었다. 기타 꽤 잘 치더라.
드럼은 역시 앨범때처럼 잘 때리고. ..
껌엑스는 앵콜때 두 곡을 더 했다. 사람들은 미친듯이 놀아댔다.
역시 껌엑스 팬이 많이 온듯.
이젠 코코뱃만이 남았다. 코코뱃이다.
코코뱃은 정말 죽였다.
다 잘한다.
타케시의 베이스야 앨범에서부터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음을 느꼈지만,
라이브 때는 오히려 기타가 더 돋보였다.
음, 그 기타 엉아는 빡빡머리에 야쿠자같은 인상이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나이가 20살이랜다.
어떻게 그 인상이 20살이냐.
말밥씨가 차라리 훨씬 순하게 생겼다.
코코뱃 때는 정말 미친듯이 뛰어놀았다.
음, 좀 걸리는게 보컬 엉아였는데. ..
보컬 엉아는 액션이 영 없이 얌전하더라.
사람들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하늘만 보면서 노래만 부르더라. (쑥쓰럼쟁이.)
그래도 중간 중간 흔들고 발차기도 하고 그랬지만 약했다. ..
노래는 잘했지만. ..
나중에 제이콥 님한테 물어보니까 원래 노래만 부른다고. ..
그 날은 꽤 액션을 많이 한 날이었다고. -_-;;;
앨범에서의 완급 조절이 라이브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아서 아쉽기도 했다.
분위기 잡다가 팍 터뜨려서 오르가즘을 주는 그런게 없었다.
그래도 정말 잘했다.
코코뱃을 처음 보는 친구도 감탄을 연발했다.
이 놈은 이제 판테라를 집어던지고 코코뱃을 들을 것이다. 으하하.
코코뱃 때 뺏지를 던져줬는데, 네개 줏었다.
뺏지 정말 이쁘다. T-T
달라 그래도 안 준다. -,.-
코코뱃이 앵콜을 할때 마지막 기력을 다 뿜어내면서 뛰어놀았다.
그리고 공연이 끝났다.
사람들은 다들 코코뱃에 대한 감탄을 연발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탔다.
아, 집에 가면서 뭐 사먹어야지.!
라면서 지갑을 펼쳤다.
있어야 할 만원이 안 보인다.
표창, 만원 더 냈다. ..
좋은 판 많이 들여오는 드림온에 기부한 셈 치기로 했다.
집에 가서도 공연을 떠올리면서 3시까지 잠을 못 잤다.
그 날 못 본 사람들 평생 후회할껄.?
으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