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eepnot » 2004-06-18 Fri 14:24pm
신개철때문에 반달만에 겨우받았다.. 썅;
Slipknot - The Subliminal Verses (2004)
본인은 음악의 변화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인 편이다.
어떤 밴드던 장르던 간에 맨날 똑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한다면.. 치졸한 자가복제, 재생산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 밴드 판은 한장만 사도 돼" 라는 비난 아닌 비난을 면할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난 메탈리카의 St.Anger도 좋게 들었고, 뭐든 스타일이 좀 다르면 욕하고 보는 사람들을 탐탁찮게 보는 편이다.
자. 슬립낫이 돌아왔다. 이젠 발라드도 부른다.
그런다고 밟을거 안밟고 목상할까봐 꾀꼬리 목소리만 내는 병신같은 판을 갖고오진 않았다. 여전히 달려줘야 하는데선 알아서 잘 달려주고, 가끔씩 나오는 발라드는 완급조절의 측면에서 볼때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이 발라드들은, 속지에선 '하드락의..' 어쩌고 뭐라고 하더라만은 아직 무식해서 알수가 없고, 지금까지 슬립낫 판을 들으면서 여전히 가슴 언저리에서 아릿하게 밀려오던 "아 표창 앨범에서 이렇게 달리는데.. 공연가면 맞아죽는거 아냐?" 같은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트랙들이다. 눈물난다. 고마워죽겠다..
이건 변화가 아니라 진화다.
진화를 따라올 생각이 없다면 따라오지 마라.
N.EX.T - The Return of N.EX.T Part III : 개한민국 (2004)
슬립낫이 돌아오니 신개철도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신개철이 뭘하던 말던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불성실한 신개철의 빠돌이로서 지금까지 신개철이 지 이름 걸고 만든 판은 윤도현 나오는 정글스토리 OST 말고는 다샀는데, 언제더라? 작년 말인가? 초인가? 하여간 신해철이 엄청 충격적인 말을 한적이 있었다.
넥스트를 새로 조직한 후에 했던 말으로 기억하는데.. 이전에 만들었던 건 다 습작이고 이게 진짜다.. 같은 뉘앙스였지 싶다.
난 아직도 술한잔 걸치고 노래방 가서 넥스트의 Hope나 The Hero를 부르다보면 눈깔이 축축해지며 코끝이 찡해지는 사람이다. 넥스트라는 밴드가 내 인생에 준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런 대단히 좋아하는 앨범들을, 신개철이 '습작' 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좆도 표창..
물론 신개철은 신개철이 늘 하던대로 자만에 가득 찬 그런 말을 내뱉었겠지만, 난 그 순간 집에 있는 신개철 판은 다 꺼내서 부숴버리려고 했다. 안타깝게도 금전적인 압박으로 인한 여러가지 제반 사정으로 참을 수 밖에 없었으나, 억누른 분노는 이윽고 신개철에 대한 증오로 변해버렸으며, 만약 새 판이 습작보다 후지다면 이를 부득부득 갈며 집에 있는 신개철 시디를 몽땅 다 망치로 때려부숴서 고스에다 택배 착불로 부쳐버리리라 결심했다.
그래서 새 판을 듣고 난 소감은..
새로운 넥스트로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나 발전은 확실히 있었다.
1번 시디와 2번 시디가 그런대로 차별성이 있는것 같아 듣다 토하는 일도 없었고..
아쉬운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진화형같은 스타일을 띄는 곡이 몇 있으며, Dear America같은 곡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난잡함의 극을 보여주는게 심히 아쉬울 따름이다.
어쨌든, 만오천팔백원짜리 시디를 산 즉시 망치로 깨서 버려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은것에 안도할 뿐이다.
Cocobat - Fire Ant Moving Co. (2004)
딴말 필요없다.
두글자로 말하면 씨발이고 세글자로 말하면 개작살이고 네글자로 말하면 졸라좋다!
코코뱃만세!!!!!!!!!!!!!!!!!!!!!!!!!!!!!!!!!!!!!!!!!!!!!!!!!!!!!!!!!!
P-Type - Heavy Bass (2004)
가리온에 이은 의식있는 한국 힙합으로서의 후속타에 걸맞는 수작 힙합.
일부 곡들의 가사는 이미 2002년 이전에 씌여졌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오랜 기간의 작업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일견 짧게 느껴지는 러닝타임은 수록되지 않은 곡들이 더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분위기의 통일성을 위한 절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힙합이라는 한가지 주제만을 가지고 열곡을 만들다 보니 했던말 또하고 비슷비슷한 전개가 계속되어 자칫 식상해질 우려도 있지만, 러닝타임이 짧아서 그러기가 힘들어졌다(...).
앨범에서 정말 몇 안되는,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이 아니라 피타입이 직접 디자인했다는 에러율 97%의 부클릿이다. 사람을 정말 짜증나게 한다.
딱 펼쳤을때의 느낌이 Back to the 1992 라고 할 수 있을까.. 크라잉넛 1집보다 조금 잘만든 수준이다. 미친다. 그나마 표지는 5번트랙 Heavy Bass의 느낌이 어떻게 전달되기라도 하는데, 펼치면 진짜 골때린다..
전국발매판이 나온다는 소리가 있는데, 전국발매판에서는 부디 디자인을 새로 하길 바란다. 이러면 팔릴것도 안팔린다..
Cocobat - Unbrage You
from Fire Ant Moving Co.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