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uest » 2004-12-03 Fri 4:06am
총과 꿈 ? 총의 꿈? 어쨋든 삭막한 제목으로 시작하는 만화.
최근까지 본 SF 만화들 중에 가장 그럴듯 하면서도 가장 삭막한 만화였다.
인간의 사이보그화는 물론이고 두뇌까지도 칩으로 대체하는 사회,
자신의 두뇌를 칩에 백업해 놓고 본체가 죽으면 자동으로 뇌와 신체를 복구하게 만들어 놓은 Mad scientist.....
공중도시를 건설하고 지상의 인간들을 단순한 가축같은 존재로 이용하는 사람들,
눈감으면 코베어가는 것도 아니라 눈감으면 척수를 빼서 팔아먹는 범죄집단도 있다. --
뇌와 연수 일부만 남겨서 전구모양으로 준비해 놓았다가 전투가 시작되면 아드레날린을 주사한 뒤 돌격시키는 소켓전사도 등장한다...
이정도 되면 인간의 존엄성이나 가치관은 땅에 떨어져 있고 인간의 기계화위험이라거나 하는 말은 논할 가치가 없어 보인다. 분명 그것이 인간의 미래모습이 될 위험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도덕적 불쾌감을 견디면서도 이 만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것은 작가가 세심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과학적 설명들(EPR 이론도 나온다 --)
그리고 그럴 듯한, 정말로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고 느껴지는 인간의 잔인하고 섬뜩한 미래......
그리고 디스티 노바 교수 -_- 자신의 지식욕구를 위해 인간, 심지어 자신의 자식도 이용하는 미치광이 과학자, 전형적인 악당캐릭터라고 생각했지만 중간중간 너무나도 다른 이중적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2부에서 나타나는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은 나로서는 전적으로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노바: 삶의 시간은 화학 반응에 지나지 않고 인간의 존재는 다만 기억정보의 그림자일 뿐이지. 영혼은 존재하지 않고 정신은 신경세포의 스파크에 불과해. 신이 없는 무자비한 세계에서 홀로 살아가야 한다 해도 .... 여전히, 여전히 난 의지의 이름 아래 명령하겠다. '살아가라'고 말이야.
납득할 수 없는 도덕관을 지닌 노바교수지만 명대사는 혼자 다한다. -_-
솔직히 싸움이나 전투를 통해서 자신의 자아를 찾으려는 주인공의 모습은 여러 열혈만화에서 익히 보아왔고 맘에 들지 않는 태도였다.(전투 일변도인건 아니지만) 자아에 대해서도 노바는 한마디 던진다.
노바: 완전히 무분별한 일인 동시에 무의미한 일이야. 클론은 유전적으로는 같아도 '루우'라는 기억이나 인격은 없다... '루우'를 닮은 전혀 다른 인격체일 뿐이야. 넌 무엇으로 '인간'을 정의하지? 육체적인 특징? 유전적인 정보? 아니면... 육체나 두뇌가 기계로 바뀔 수 있다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인격'과 '기억'이라는 정보뿐이야! 이런 정보들이 사라졌다면, 그걸 '죽음'이라고 정의하는게 옳아.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죽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기억, 인격정보를 칩에 저장해 놓는 듯 하다. -_-
단점이라면 1부는 에피소드의 진행과정이 부실하다고 생각됐고 2부는 스케일이 너무 커진 나머지 읽는사람이 겉잡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목성인이나 금성인은 좀 -_-;;;
그런 단점을 같이 고려해도 총몽은 과학을 잘 가져다 쓴 그럴듯한 섬뜩SF만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공계 계통이거나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별은 네개★★★★
이 만화에서 나오는 과학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다면 재미는 반감될 것 같다. 별 세개★★★
아니, 과학이야기들을 안다면 숨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더 맞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