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eepnot » 2004-07-09 Fri 12:09pm
주의. 내용전개를 그대로 서술할 위험이 있으니 두려우면 보지말것.
소설을 원작으로 만화를 그린다면 몇가지의 선택사항이 있을까?
간략하게 나눠보자면 아마 다음 셋 정도가 아닐까 한다.
- 소설의 독자를 대상으로 소설에서 부가없이 소설을 그대로 옮긴다.
- 소설의 독자를 그대로 노리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다른 독자층을 노린다.
- 소설의 독자와 새로운 작품,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남자 이야기는 그렇게 유명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 무협을 좀 봤다 하는사람치고는 읽어봤을 좌백의 '대도오'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
그리고, 권가야는 단순히 대도오를 만화로 옮기는데 그치지 않았다.
독자적으로 원작의 재해석을 시도했고, 그 결과물은 원작의 독자도 흡수할정도로 설득력있는 - 그야말로 박력있는 만화로 나타났다.
이 만화는 '대도오'이면서 '대도오'가 아니다.
좌백의 스토리와 인물을 베이스로 삼고 있으나, 좌백의 '대도오'가 이따금씩 다른 인물의 시각에서 얘기를 진행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일은 대도오가 해결했다면, 권가야의 '남자이야기'는 대도오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난세를 살아가는 대도오와 대도오 휘하 흑풍조 전원의 이야기, 안소와 하향월의 이야기, 철기맹의 이야기, 흑기당의 이야기, 제목 그대로 '남자들의 이야기' 인 것이다(그래서 운기려의 사망장면에서도 안소의 아들 상은이 운기려보다 더 부각된 점이 아쉽다).
쓰고 싶은 말은 많지만 졸렬한 말솜씨로 걸작에 누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와, 현재 시간이 많지 않음에 안타까워하며 설명이 많이 부족함에도 일단 여기서 접는다. 차후에 보강할지도 모르겠다.
부족하나마 아래의 대사 몇으로 만화의 그 느낌을 전달해보려 한다.
- 패주하던 안소가 하향월이 지키는 길목에서 안소에게 술을 권하던 도중 안소를 호위하던 두 향주들에게 말을 건넨다.
"안 당주가 저러고 앉아 있는 건 한바탕 하기 전에 대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요량이겠지. 나도 안 당주의 체면을 보아 그냥 길을 열어줄 마음은 추호도 없네. 어떤가? 자네들이 안 당주와 나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나?"
"하..향..월... 닥쳐라! 동료의 목숨을 담보로 살 길을 흥정하는 무리로 전락시킬 참이냐?! 차라리 장렬히 싸우다 모두 죽고 말겠다!!"
"아이들이 아버질 자랑스러워할 거네"
"술, 잘 마셨다!!"
"이............이...."
"아들이 한 놈 있습니다. 남자란.. 적극적으로 죽음을 모색해야 할 때가 있다..고.. 전해 주십시오."
"당주님껜.. 인사도 없이.. 저 따위로 무례하게 죽어선 안 되죠. 당주님, 만수무강하십시오. 그럼.."
- 은창 서문기의 창에 맞고 부상당한 대도오를 하향월이 죽이려 하자, 반효가 서문기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러나라!!"
"어쩌나? 이 나이를 먹도록... 그걸 아직 못 배웠네.."
★★★★★
'99 오늘의 우리만화상은 폼이 아니다.
대도오의 이야기를 다 풀어내지 못한것이 한스러우나, 그 점도 이 만화를 깎아내리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