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선중 » 2004-05-30 Sun 20:37pm
한 때 한국 땅에 농구열풍이 대단했던 적이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NBA의 마이클 조던이 소개되면서 농구 열풍이 불기 시작했죠. 때 마침 농구 대잔치에서 "기아 Dynasty" 를 구축하던 실업팀 기아를 대학팀 연세대가 깨면서, 거기에 고려대와 연세대의 라이벌리가 구축되면서, 대학생들도 농구에 미치고 온 나라가 농구 열풍에 빠지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서있던 만화가 바로 슬램덩크 입니다.
슬램덩크는 강백호라는 주인공의 성장 만화입니다. 하지만 그의 성장만 말하기엔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넘치는 만화죠. 채치수 서태웅 정대면 안경선배 송태섭에 윤대협 이정환 정우성 김수겸 양호열 채소연 등등.. 당시 한국 내에서 또 다른 만화 열풍을 이끌던 드래곤볼이 뚜렷한 선악구도를 중심으로 한 만화였다면, 슬램덩크는 어느 캐릭터 하나 악인이 없었습니다. 특히 슬램덩크의 만화 캐릭터들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전혀 완성되지 않은 주인공 강백호(슬램덩크 이후 이런 캐릭터들이 국내만화에 상당히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표적으로 슈팅..), 완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백호와 더불어 성장 스토리를 이어가는 서태웅 이외에도 많은 캐릭터가 있는데 말로 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이러한 많은 캐릭터 가운데에서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만화를 진행한 작가의 역량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슬램덩크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있는 정대만의 캐릭터는 정말 지금까지 본 만화 중 최고의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중학 MVP에서 양아치로, 미완의 재기와 경기마다 겪는 심적 좌절 등..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많은 깨우침을 주었음.)
단순히 캐릭터성에 의존하고 엎치락 뒤치락 하는 지루한 숫자놀이 농구 만화였다면 이정도의 명성을 얻진 못했을 겁니다. 짧은 만화 속에 우정과 추억, 가족애, 작가의 가치관까지.. 대부분의 만화가 작은 그릇에 많은 것을 담아내다가 애초 기획했던 것까지 토해내는 것과 달리 슬램덩크는 그 모든것을 잘 소화해 냅니다.
엔딩의 여운까지.. 드래곤볼과 더불어 인생을 바꿔놓은 만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