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선중 » 2004-06-23 Wed 18:36pm
먼저 알고 있던 분야가 갑자기 메이저해져서 누구나 그런 얘기를 쉽게 꺼낼 때, 먼저 알고 있던 사람으로선 약간의 비열한 우월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제서야 저런 얘길 하다니..' 정도로, 음. 근데 그게 좀 더 가면 찌질한 상실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이런 느낌을 느꼈던 건 중학교 때 프로레슬링 이야기를 하면서였던거 같네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레슬링을 봐서 나름대로 올드 레슬링 매니아였고 프로레슬링 시장이 활성화 되기 전부터 짝퉁 티를 구해 입던 저로선,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레슬링 붐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불쾌한 느낌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뭐랄까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으로서의 특권을 빼앗긴 그런 느낌이랄까.. 뭐 요즘이야 워낙 팬덤이 발전하고 매너들이 좋아지셔서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지만, 중학교 때 한창 붐이 일때는 무슨 워리어는 좆밥 힘도 없는 놈이라느니 정말..
그 다음으로는 이종격투기.. 이건 정말 프라이드 4부터 아는 새끼랑 온갖 잡고생을 하면서 동영상을 구하고 테입을 구해서 봤죠. 청계천도 졸라게 싸돌아 다니고 브로마이드 살려고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사쿠라바 브로마이드 사고 둘이 졸라 질질 짜고 그랫는데 요즘은 진짜 왠만한 애들은 다 보더라구요. 뭐 이종격투기의 저변이 확대된 것까진 좋은데, 여기서 또 치졸한 상실감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참.. 특히 뭐 진짜 좆도 모르는 애들이 와서 자료 내놓으라고 빨빨거리거나, 예전에 이종격투기 썰 풀면 아가리에 자물쇠 채우던 새끼들이 와서 저한테 설교하려 들 땐 정말..
으 최근 이런 상실감은 유럽축구를 통해서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유럽축구에 관심을 가진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AC 밀란 점퍼를 갖게 되면서부터였네요. 당시 유럽 리그는 전체경기 구하는 게 너무 어렵던 시절이라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등 통신사의 동호회의 영상회를 통해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연으로 98년 월드컵이나 유로 2000도 미친듯이 봤죠. 리그도 adsl로 찌질하게 맨날 중국tv url로 버퍼링 하면서 보고.. 근데 평소에 기껏 유럽축구를 접했으면 위닝 혹은 CM으로나 접했던 놈들이 유로2004 한다고 무슨 1시 경기 본 걸 훈장처럼 달고 와서 씨부리는 꼬라지를 보고있으면 상실감을 넘어서 분노감을 느낍니다. 진짜 이제 접해서 재미를 갖게 되었으면 빨빨거리면서 보기나 할 것이지.. 평소에 클럽리그 그렇게 추천해도 좆도 거들떠도 안 보더니만..
이런 찌질한 상실감을 아직까지도 절실하게 느끼는 거 보면 아직은 어린 애라는 걸 느끼지만, 분한 건 어쩔 수 없네요. 뭐 저 또한 저런 과정을 거쳐서 저런 것들을 접했고 저런 마이너한 것들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까진 좋은데, 왜 이렇게 분한지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