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in4 » 2004-05-29 Sat 15:55pm
그저 기운빠지는 날들의 연속이었을 뿐이다.
무엇인가를 하고자하는 열정이 지나쳐서 결국 시작도 해보기 전에 지쳐버리는 형국..
전형적인 패배자의 모습이 아닌가?
무엇인가 해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저건 아닌데 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열등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세상은 너무나도 거대해져 버렸기에.. 그것에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하는 내 모습을 보는것은.. 이젠 어느새 은밀한 내 변태적인 욕망이 되었다.
나는 TV와 대화하고 텍스트와 밀어를 나눈다. 햄버거를 소비하고 만들어내고 또 소비하고 만들어 내고. 개탄해 마지 않으며 또 소비하고 겨자를 치고 양파를 넣어보고 콜라를 빨고 그리고..그리고..
거울 속의 낯선 나는 어느날 황당하게도 '나'라는 기호를 무시한다.
결국 '나'에게 무시당한 나는 칠년전,어제,제작년 생일,오늘아침,오년후의 퇴근시간 등등으로 잘게 끊어져. 쓰레기가 되버리고 만다.쓰레기쓰레기쓰레기.
갑자기 새볔녁의 검은흙 한줌을 쥐고 싶다.
아니면 적의 총에 맞아 그 검은 흙위에 쓰러지고 싶다. 털썩.
'젠장..정말 더럽게도 지겨운 인생이었어.'
전우주의 중심이라는 '나' 라는 놈이 한다는 말이 고작 이런것이냐?
'그래..이 쓰레기 같은 넘아. 너 같으면 이상황에서 고함이라도 칠 수 있을거 같으냐?'
순간 무한대의 시작에서 무한대의 끝으로 무한대의 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는 시간의 흐름을 짐작이라도 한듯. 나는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인다. 그리곤 의기 양양하게 동사무소에 도착한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는 것은 모종의 암시를 띄우고.. 동사무소에서 공짜로 인터넷을 즐길수 있다는 것 역시..
나는 빠른 손놀림으로 이메일을 확인한다.
그래.. 많이 피곤하겠구나.. 보구싶다구?
무엇을? 나는 이미 첨단공법의 재활용 공장에서 희고 빳빳한 A4 용지로 재탄생 했는걸.
자꾸만..자꾸만..낯설어지는 모든것들에 당황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