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라인 » 2004-07-27 Tue 3:13am
동네 슈퍼에 갔었더랬죠.
어머니 심부름 때문에 오이와 양파, 퐁퐁과 아이스크림을 챙기고 라면 코너를 지나던 참이었습니다.
여름이면 당근빠따 비빔면. 눈이 안갈 수가 없었습니다 ..
비빔면의 슈퍼분포도를 보자면 완전 대항해시대 점유율 100% 처럼
평소 거지같은 동네 슈퍼엔 오뚜기 비빔면이 장악하고 있고,
밑에 백화점에 딸린 슈퍼엔 열무비빔면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킹오브비빔면인 팔도비빔면은 저기 자딕님(=sleepnot) 동네까지 가야지 살수 있었기 때문에 거기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쪄죽을거 같아서 감히 엄두를 내진 못하고 ..
어쨌든 동네 슈퍼엔 평소에 거만하게 자리잡고 있는 글베이 같은 오뚜기 비빔면만 있는게 아니라 열무비빔면도 들어와서 남북전쟁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안그래도 울며 비빔면 먹기로 열무비빔면만 먹어서 팔도비빔면에게서 등을 돌리는 외도를 하고 오히려 열무비빔면이 적응되서 짜증나는 참에 혀를 차고 슈퍼를 나가려했으나 ..
저를 강렬하게 사로잡던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베이스가 빨간/하얀으로 깔린 전형적인 농심스타일의 봉다리.
그리고 나를 안심시키는 듯한 빨간회사마크.
강렬한 문구 비冷
' 오오 씹라 드디어 농심이 비빔면을 만드는구나 .. '
저는 그 당시만 해도 농심 비빔면의 첫번째 평가자가 되어 찌질닷넷에 글을 올리겠다는 기쁨과 희열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650원이라는 비빔면치고 미친듯이 비싼가격에도 ' 음음 과연 농심 ' 이라 안심하며 네개를 집어 들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배가 슬슬 출출해지자 아까 사온 비빔면이나 먹어야겠다 해서 냄비에 물을 올렸습니다. 부모님이 밥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라면을 먹냐는 타박에도 굴하지 않고 비冷 두개를 꺼내었습니다.
문득 마크에 눈이 갔습니다.
빨간마크긴 빨간 마크여야했는데,
하얀 동글배이는 어디로 가고 왠 로케트 바떼리 마스코트처럼 생긴게 실실 쪼개고 있었습니다.
뒷면을 보았습니다.
오뚜기 비냉은 시원한 어쩌구 저쩌구..
' 씨바 .. 오뚜기 .. '
그랬습니다. 농심 비冷이 아니라 오뚜기 비冷 이었습니다.
....
병신같은 눈을 탓하며 일단 물을 올렸으니 먹어보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두개의 봉지를 딱 따고 면을 넣었습니다. 액상 소스만 있는게 아니라 비냉유성소스라는게 있었습니다. 왠 식용유가 들었나 싶었는데(이때까지만 해도 농심 짜파게티의 올리브유를 생각했었음) 면을 다 삶고 뿌려보니 참기름이더군요. 뭔가 이상한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먹었습니다.
제대로 똥 밟았습니다.
라면은 농심이 짱이라고 말은 해도 왠만하면 닥치고 먹는데 퀄리티가 정말 .. _no
오늘의 느낀점 : 오뚜기는 케찹과 마요네즈, 카레(분말)과 겨자(연겨자)와 와사비말고는 먹을게 없습니다.
오늘의 느낀점 2 : 마크 빙시 같이 보면 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