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neir » 2004-06-04 Fri 12:18pm
그때가 아마 2002년, 사람들이 월드컵에 미쳐서 눈이 티셔츠색이 되어가던 6월이었을 겁니다.
전형적인 고3이었던 저는 정규 수업시간이 다 끝나서 널럴하게 야자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문득 집에 두고 온 게 생각나서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이것저것 챙기고 다시 와 봤지요.
그리고 저는 짧게 내뱉었습니다.
"표창"
신발자국이 선명한 가방.
책들은 내팽개친채로 널부러져 있었고,
실내화는 3층 교실에서 바깥 화단으로 내 던져져 있더군요.
...아니 뭐, 워낙에 시비거는 썅놈들이 많아서 쉬는 시간보다 수업시간이 더 편하긴 했지만서도, 이렇게 지랄같은 일을 벌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뭐, 저 것 뿐이라면 별 말을 안 할 거에요.
한숨을 쉬면서 주위를 돌아보다가 교실 구석에서,
3개월동안 고생고생해서 쓴 글들이 찢겨져서 물에 적셔놓고 밟아놓은 지랄같은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 아쉽게도, 범인을 잡진 못 했습니다. 대충 누군지는 뻔하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나마 그 뒤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더군요.
그뒤로 말로 살살 약올리는 걸로 스트레스를 확 풀었습니다. 짜증내는 그 얼굴을 보면서 자신을 위로했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