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enie » 2004-06-03 Thu 18:52pm
도저히.
안 쓸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서울에 갔다 왔더랬죠.
고등학교 때 친구들 보러 갔던 겁니다.
금요일에 올라갔는데 때마침 비는 주룩주룩 오고
애들 꽤 많이 나오는 줄 알았더니 다들 마침 뭔가
할게 있어서 못 오고 결국 한 6-7명 정도 왔던거 같군요.
그런데 그 중에 커플이 한 쌍 있는겁니다. 커플이.
정말 저녁 내내 떨어질 생각을 않더군요.
아무리 남자애가 미국에서 학교 다니느라 근 1년만에
만나는 거라고 해도(사실 그 전주에 둘이 한번 보긴 했음)
정말 으아 염장을 질러도 분수가 있지ㅓㄹ비댜런이럽ㄷ지ㅏ
친구라서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속만 태우고 있었는데 같이
있던 다른 친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더군요.
후우...
밤에는 그날 나오지는 못했던 다른 친구네 집으로 자러 갔습니다.
둘이 얘기 좀 하다가 화장실 갔다 오니까 대전에 사는
여자친구랑 통화를 하고 있더군요. 통화를 하다가
끊더니 "아 또 삐졌어 삐졌어" 이러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있는데
한 2분 후에 다시 전화를 겁니다.. 둘이 또 막 얘기하고..
여튼 그 밤은 그렇게 가고 다음날 자운님 유령님 헝그리 전철을
만나러 신촌으로 나갔습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정말 남자끼로 혹은 여자끼리 또는 혼자 돌아다니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사람들이 다 쌍으로 다닌다.......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유령님은 떠나시고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야 한다면서 들어간 곳이 ttl존이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데였는데. 여기서 잠시 나이시스님의 말을 빌리자면,
저는 "악마의 소굴"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던 것입니다.
크악 여기가 당신들 안방이야! 침대 대신에 소파다 뿐이지
둘이 껴안고 드러누워서 이게 뭐냐고오이ㅏ럽ㄷ재ㅑ런이ㅑ러배댜
..음. 대충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친구 집에 다시 갔습니다.
친구가 자기도 다음날 대전 내려가는데 혹시 몰라서 기차표 두 장
사놨다길래 고맙다고 하고 몇시꺼냐고 물어보니까 6시10분...
처음엔 둘이 밤 샐려고 하다가 도저히 졸려서 그냥 잤죠.
한 4시반쯤에 화장실 갔다 와서 다시 누우니까 친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좀 놀랐는데;; 좀 더 잘려고 누워있으려니까 얼마 후에
그 친구 여자친구가 모닝콜을 하더군요....... 새벽 5신데.......
후우... 좀 이따 샤워하고 나오니까 로션 있으니까 쓰라고 하더군요.
별 생각 없이 바르고 있는데 하는 말이 "근데 그거 누가 줬게"
............ㅇ니ㅏㄹ버ㅐ댜런아ㅣㄹ법ㅈ대랴ㅓㅣㄴ아러잳리ㅏ
초중고 같이 다닌 단짝친구가 이럴수가 T_T
엉엉 정말 서러웠습니다.
대전 도착한게 몇시였더라.. 한 8시40분 정도였을 겁니다.
역에서 내려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얘가 또 여자친구랑
통화를 합니다. 가만히 내용을 들어보니 여자친구가 이쪽으로
나오고 있다는거 같습니다. 불길한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물어보니 맞답니다... 아.. 서럽다... 걔네 둘이 학원 다니다 만난건데
저도 그 학원 다녔던 적이 있어서 여자애 알고는 있는 사이라
뭐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고 가지 이랬더니 야 피곤한데 그냥 들어가
하길래 어 괜찮은데 했더니 막 야 너 왜 그래 가서 자야 되지 않냐
하면서 약간 오버를 하길래 상황을 눈치 채고 .. 둘이 영화 본다길래
혼자서 쓸쓸히 버스 타고 집에 왔음...
진짜 서울 가서 여자친구 없는 설움만 온몸 가득히 채워 왔습니다.....
근데 이러고 나서 며칠 후에 제가 msn 대화명을 영어숙제 도움받고
싶은 사람 부탁해도 된다는걸로 바꿨지요. 아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이렇게 해놨더니 친구들 여러명이 부탁을 해오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도와달라고 하길래 알았다고 했더니 자기 여자친구 숙제랍니다........
얘도 고등학교 같이 다녀서 좀 친한 애라(같은 과 64명 중에 남자가 12명이라
남자애들끼리 잘 어울렸음) 싫다고도 못하고.. 다음부터 여자친구 숙제는
안 해준다고 못 박고 나서 해줬죠...
정말 세상이 어찌되려고 이러는겁니까 여러분.....
으아아러ㅣㅂㅈ댜ㅓ래ㅑㅇ니ㅓㄹ받저래ㅑㄴ어리ㅏㅈㄷ
니아러뱆ㄷㄹㄴㅇ
추신. 김강희는 답글 달지 말 것
-추가내용
요즘은 집에서 어머니한테까지 구박받고 있습니다.
"니가 나중에 어떤 여자를 데려와서 결혼하고 싶다고 할지 정말 궁금해 미치겠다" 라는 호기심 형 발언부터 시작해서
"다른 집 애들은 그렇게 연애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는데 너는 왜 제발 여자친구 좀 만들라고 해도 안 하니" 라는 구박형
"객관적으로 봤을 때 너 정도면 괜찮은 애일텐데.." 라는 상황 분석형
"내 생각에 니가 아마 여자애들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지를 않을거야" 라는 문제점 제시형
"니 아빠가 별로 친절한 사람이 아닌데 혹시 니가 아빠를 닮아서 그런가?" 라는 원인 모색형
"엄마는 사람들한테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거든? 혹시 니가 어릴 때부터 엄마를 봐서 그게 너무 질린건가?" 라는 자책형
"아, 정말! 우리 아들이 뭐가 모자라서 여자들이 관심이 없는거야?!" 라는 사회 불만형 발언까지 듣습니다.
집에서 이런 구박 받는 사람도 나밖에 없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