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eepnot » 2004-06-03 Thu 0:39am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설날인가 추석인가?
하여간 빈궁한 생활을 잠시나마 윤택하게 만들어줄 대목이 찾아와, 평소엔 죽어도 가기 싫어했던 시골에 쭐레쭐레 따라갔었다.
근데 난 시골가면 할일이 진짜 없다.
나이 어릴땐 좀 아무나 잡고 놀았던거같은데, 이젠 다 커서 먹고살길 찾아나서고..
결국 맨날 방구석에서 컴퓨터나 붙잡고 있던 비굴한 인생이 컴퓨터가 없는데 뭘 하겠나..
그러던 차에 마침 들른 집 앞이 바닷가 앞에 논이 있는 동네라, 음악 들으면서 산책이나 하자 싶어 논둑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뒤틀린 길이 끝나고 쭉 뻗은 길이 보인다.
뻥 뚫린 길을 보자 마음도 상쾌해진다. 묵은 때가 확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마침 노래도 위퍼의 날개가 나오고 있었기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시원한 공기가 몸을 둘러싸며 날아갈 것만 같았다.
노래가 바뀐다.
크라잉넛의 사망가가 흘러나온다.
나는 가리라, 절망 끝까지
내 육신의 속박 멍에 벗고서
생의 끝까지 질주하리라
저주받은 내 운명을 죽이리라
갑자기 음악이 끊겼다.
추락한다. 눈이 번쩍 뜨였다.
시디 플레이어가 무언가에 부딛혀 떨어진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상황파악을 시도한다.
왼발이 무척이나 아프다.
시야를 왼발로 전환한다.
뻥 뚫린 논둑에 왼발이 빠졌다.
표창..
퉁퉁 부은 다리를 질질 끌며 왔던 길을 사망가를 부르며 다시 돌아가는데..
눈물이 났다.
딱 이부분이다..
내 청춘은 권태의 무덤이요
내 젊음은 광대의 미소이니
난 가리라 끝까지 한숨의 꼬릴 잡고
잘려진 두 발로 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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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고치러 병원갔다 개피본 얘기도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