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과 외형>
그래픽은 솔직히 좋지않다... 캐릭터들을 많은 정성을 들여서 예쁘고 잘생기게 만든 것은 좋은 점이다. 그러나 그 외에는 사실 좀... 2023년에 이 게임을 그래픽 때문에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PS5로 해봐도 그리 좋지 않다. PS5에서 게임을 켜보면 고해상도 캐릭터에 연갈색 외곽선 처리가 되어있는데 처음엔 되게 거슬렸지만, 하다 보니 그런 건 잘 안 보이게 된다. HDR 켜고 필드에 나가보면 캐릭터는 더 예쁘게 보이지만 필드는 더 나아 보이지 않는다.
<너무 좋은 음악>
음악이 너무 좋다. 가는 지역마다 음악이 다른데 어떤 지역은 가서 메뉴 열어놓고 아무것도 안한채 음악만 듣고 있기도 했다. 아니 이런 게임에 음악이 이렇게 좋을수가 있는건가... 생각없이 상점 NPC와 대화했다가 상점음악이 너무 좋아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좋아진 것과 나빠진 것과 이상한 것들>
1,2에서 걸어놓은 제한들을 3편에서 많이 해제해서 쾌적한 탐색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맵을 다 합쳐서 로딩 없이 돌아다닐 수 있게 해놓았고, 거점도 각 지역마다 한곳씩 만들 수 있으며 목적지를 랜드마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배치해서 돌아다니기 편하다.
제한을 해제하면서 이동속도 증가, 필드에 상자나 기믹표시같은 게임의 여러 기능들을 여기저기 흩어놨는데 그래서 전작 대비 비교적 이른 시점에 도구나 기능들을 다 얻을 수 있지만 기능이 빠져서 별 쓸모가 없어진 채로 왠지 제작이 가능하고 장비도 가능한 아이템들이 있다. 3편에서 처음부터 R1 누른 채로 이동하면 빠르게 달릴 수 있어서 원래 '바람 정령의 신발'의 기능이었던 '빠른 이동'이 사라지고 '에어 슬라이드' 기능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기능조차 쓸 일이 거의 없다. 이렇게 기능을 여기저기 흩어놨더니 너프가 되어버린 아이템들이 있다.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당황했던게 이거다... 게임을 한참 하다가 정신 차려 보니 돈을 전투나 아이템 상자에서 얻기만 하고 쓴 적이 없었다. 메뉴 열어서 돈을 보니 999999 라서 더 모이지도 않는 상태였다. 뭔가 살 수 있나? 하면서 마을의 상점에 가봤더니 아틀리에 안에 놓을 수 있는 가구들을 팔고 있었다. 가구 수집 도전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외 조합용 아이템들은 이미 채집으로 더 좋은 걸 가지고 있어서 살만한 것도 없었다.
'로미의 상점개발' 기능은 1편의 '병 속 세계'를 대신해서 2편부터 도입된 것이고 3편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채집하러 갈려면 거점으로부터 너무 멀리 이동해야 하거나 스팟을 찾아내야 하는 게 귀찮으므로 같은 종류의 아이템을 로미에게 다섯개 팔면 다음에 그 비슷한 등급의 같은 아이템을 로미로부터 살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그런데 이번엔 랜드마크만 확보하면 거길 콕 찝어서 바로 이동한 다음 그 주변에서 채집하므로 로미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새로 도입한 요소 '열쇠'는 열쇠를 만들어서 전투나 연금술, 탐색에 활용하는 것인데 후반에는 거의 쓰지 않게 된다. 전투에서는 잘 만든 장비 아이템이 훨씬 강하고, 연금술에서는 고급 소재를 다 만들고 나면 아이템 복제만 하게 되며 탐색에서는 모든 랜드마크와 채집 지점을 확보하고 나면 열쇠를 쓸 일이 거의 없어진다.
<스토리 : 세 번이나 계속되는걸 보면 확신할 수 있다>
이 시리즈 1편의 스토리는 이렇다.
과거에 침략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있으며, 그 국가는 전쟁으로 한동안 풍요를 누렸고, 그 전쟁이 불러온 예상하지 못했던 무언가에 멸망한다. 그 국가의 후손들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자 일행들에게 이 과거사는 너무나 큰 일이었고, 라이자는 침략받았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복구하기 위한 작은 실천과 노력을 한다. 사실 처음 봤을 때는 살짝 동북아 역사를 닮은 것도 같지만 음 그래, 그냥 판타지 세상 RPG 게임에서 볼법한 설정이구먼. 하고 넘겼는데...
2편은 좀 더 본격적이다. 과거 신대의 사람들이 남긴 유적들이 도시 주변에 널려있고, 동료(동물) '휘'를 구하려고 그 유적들을 탐사하는 내용인데 탐사 도중 나오는 이벤트 장면들의 대사들이 심상치 않다. '다수의 사람이 과거 조상들이 남긴 것들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오늘날 누리는 풍요로움은 과거 조상들의 잘못된 선택이 가져다주는 것일수도 있다. 그러므로 과거를 직면하고 더 깊게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미중년과 미소녀 미소년들이 태연하게 한다.
3편은 '만상의 대전'을 찾아 떠나는 모험이 주된 내용인데, 이 '만상의 대전'의 의미는 '모든 지식을 차지하고 (군림하는) 신전'이고 이름만 보면 '최후의 성전을 찾아 떠나는 인디아나 존스' 이야기가 이어질것 같지만, 게임을 계속 해 보면 그것은 '모든 것이 가능하고 모든 것의 위에 있으면서 다른 차원의 문명, 자원, 에너지, 문화, 지식 등을 빼앗고 정복하며 유지해 나가는 오만한 자들의 성채도시'였음을 알게된다.
라이자 일행이 이 '만상의 대전' 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것이 가능한 대도시에서 살고 있었지만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인간으로서 더 나은 삶과 지식의 재생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이 떠나가서 멸망했고, 도시기능을 유지하는 기계와 시스템만 남아서 다른 차원이나 시공간에서 연금술사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그곳에 남은 기계는 '이곳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연금술사에게 최고의 영예'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지만 사람이 하나도 없는 도시에서 기계가 그런 말을 하고 있으면 설득력이 없다. 재생산이 불가능한 대도시에 모든 기능을 갖다 놓고는 권위주의적 체계를 유지해나갈 길을 찾지 못해서 서서히 망해가는 현대국가들의 고민을 이런 다소 조잡한 게임 속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1,2에 이어 3편에서도 이러면 그냥 이야기를 쓴 사람이 의도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라이자는 '만상의 대전'의 기능을 완전히 정지하고 그곳으로 향하는 길을 막는다. 그리고 '모든것이 가능한 전지전능함'이 아닌 선한 의지를 이어가는 연금술사가 되기로 다짐하고 자신의 제자를 찾는 여행을 떠나며 게임이 끝난다. 아니 이렇게 진지한 내용이었다니... 매체에 게임을 소개할 때는 '라이자가 좁은 틈을 지나고 로프를 타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모험을 즐겨주세요!'라고 했으면서...
<이제 끝나서 다행이다>
아틀리에 '비밀의~' 시리즈 3편. 부제를 왜 이렇게 길게 짓는지 잘 모르겠는데 생각해 보면 1편부터 3편까지 실제 게임 내용에 잘 들어맞는 부제를 달아서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게임의 여러 장단점들을 생각해보면 3편에서 끝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라이자를 주인공으로 뭘 만들려 했다간 이것저것 망가트리기만 할 것 같다.
여름마다 아틀리에 시리즈를 할수 있게 해준것에 감사드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