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얘기 보고 기대를 너무 해서 그런지 그정도로 대단한것 같진 않고 뭐 그렇다. 시청을 마친 시점에서 보면 주인공 히토리는 영입제의를 받은 적이 있으며,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서 돈을 벌어들이는 여학생이다. 그녀는 인터넷 커뮤니티 다수의 인식과는 달리 '힘을 숨긴 찐따'가 아니라 '너무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제 실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상태'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키라라 계열로 분류되어 있었던 거 같은데 애니메이션에는 키라라, 데헷~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그런 장면은 하나도 안 나온다. (그런 게 가능한 세계에서 온 것 같은 캐릭터가 하나 있긴 하다….) 망설이고 고민하고 괜한 걱정을 하다가 그지같은 선택지를 고르고 좌절하고 자신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게 깨지고 스스로 기대했다 실망하고 떠밀리고 그렇게 얼떨결에 성장하며 세상에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애니메이션에 록 음악이 나오고 주연들이 밴드공연을 하는데 잘 보면 록 음악이 메인은 아닌 것 같다. 그걸 기대하고 보면 별로일 듯. 내용은 '히토리의 사회적응기'에 가까우며 의외로 '할지 말지 고민되면 그냥 해라'는 식의 거칠고 우직한 소년만화와 비슷하다.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볼만했던건 록 음악이 아니라 '히토리의 망상(봇치 타임)'인데 애니메이션 만드는 사람들이 이 '망상'을 표현하려고 애니메이션에서 가능한 기법들을 거의 다 때려 넣었다. 3D, 레트로, 실사, 스톱모션, 8비트 CG, TV 와이드쇼의 다소 조잡해보이는 금색 자막 등등... 웬만한건 다 볼 수 있다. 적어도 보면서 지루하진 않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다보면 '우리들 사이의 남은 가능성을 어떻게 발견할수 있을까요?' 하는듯한 장면들이 있다. 작중 라이브하우스가 있는 거리는 이미 쇠퇴하고 있다. 주연들은 멋있는 밴드 멤버 사진을 찍으려고 길거리를 떠돌아다닌다. 밴드 멤버 중 한 명은 '니가 쓰고 싶은 가사를 써라'고 충고하며, 술에 취한 만렙(?)이 우연히 길거리에 나타나서 히토리가 도약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히토리가 자주 하는 말은 '학교 그만두고 싶다' 이다... 사회성이 있고 익숙하면서도 체계가 잡혀있는 단계를 밟은 사람들을 인정해 온 이 세상에서 어쩌면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평범한 것을 희생하고 비범함을 손에 넣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며 우리들 다수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걸지도... 뭐 이런 대단치 않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리고 애 이름을 히토리, 후타리라고 짓는 부모는 참... 록큰롤이다.